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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환희, 실존주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by 도중남 2024. 11. 11.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를 번복하고

마지막 작품으로 돌아왔다.

 

그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던 나에겐

이번 작품이 그의 주장에 더 큰 호소력을 보태준 계기가 되었다.

 

전쟁을 싫어하고, 환경은 보호해야 하고,

삶은 그대로 좋은 것이라고,

그 삶의 앞뒤로는 시대를 초월하는 사랑이 있는 것이라

일관적으로 말해온 그의 주장에 적극 동의하며-

 

이 모든 것이 담긴 그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 본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삶의 의미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와 존재의 가치를 되묻기 때문에

이 영화는 단순히 서사적 전개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자칫 이야기를 따라 영화를 보다 보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나서

“아무것도 머리에 남지 않았다”거나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르겠다”는 감상이 남는 것처럼

무슨 내용인지 모르기 십상이다.

 

게다가 제목이 주는 무게로 인해 영화를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선 더욱 안 된다.

제목이 갖는 목적과 장치적 요소로서는 분명하다.

관객이 스스로 삶을 바라보게 하는 실존적 철학을 바탕으로

깊은 성찰의 과정에 젖어들게 하는 것이다.

 

 

왜가리를 만나게 되면서, 성에 빨려 들어가듯 전개되기 전까지

주인공은 어머니를 전쟁통에 잃은 후 감흥 없이 살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멈춰 서서 쳐다볼 일 없고,

감탄할 일 없이 흘러가는 그의 작화(세계).

주인공이 마주하는 세상은 미야자키 특유의 생생한 자연과 섬세한 풍경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세계는 마치 우리 자신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처럼 작용하여

삶이 얼마나 신비롭고 귀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힘을 발견하게 한다.

 

이는 단지 그림으로 표현된 풍경이 아니라, 영화 속에서 자연이 주는 울림을 통해 그려진다.

우리가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실은 존재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배경에 설치함으로써 조용히 전달하고 있다.

알아차리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주인공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나는 행위,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엄마와 아들, 탄생의 순간, 시간을 초월하는 사랑.

 

이 영화 속 관계들은 실존주의적 깨달음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가족과 친구들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실존주의 철학에서 타인의 존재는 자신의 자아를 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하고 성장하며,

스스로에게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 관계를 단순히 서사적으로 풀어내기보다는,

하나하나의 대사와 장면 속에 은유적으로 심어 놓으며,

관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존재의 기쁨을 묘사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또 다른 요소인 자연을 통해 실존의 기쁨을 드러낸다.

이 자연은 단지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일체가 되어 그가 마주하는 인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상징화한다.

영화는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존재의 무게와 기쁨이 마치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표현된다.

 

이러한 감정은 실존주의 철학에서 말하는 "자기 발견"의 과정을 따라가게 하며,

궁극적으로 주인공이 자신의 존재를 더욱 긍정하게 만든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삶은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고 또 선택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책임과

기쁨을 느끼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진정한 자아와 인생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필요한 과정들을 서정적으로 그려내며,

자연과 관계, 그리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존재의 기쁨을 일깨운다.

 

이 작품은 결국 관객이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유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답다는 깨달음을 전하는 영화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 속 세심한 표현들로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곱씹을 수록 감동이 있는 영화 같아서, 난해했던 첫 인상과 달리 두고두고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