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에 앞서 궁금해하실 만한 내용만 먼저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크루엘라의 장르는?
범죄 코미디라고 합니다!
이런 분들께 어울리는 영화 -
1. 갑갑함을 느끼고 있는 현대인
2. 캐릭터성이 돋보이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에 흥미를 느끼신 분 (ex. 말레피센트)
3. 리그오브레전드의 징크스 서사를 좋아하거나 Get jinxed 를 감명깊게 보고 들으신 분
쿠키 영상 있나요?
네, 있습니다!
러닝타임은 2시간 14분입니다 :)
크루엘라의 흰반검반 강렬한 헤어스타일이 익숙하시다면, 101마리 달마시안을 본 적이 있는 저와 동년배이실 것 같아요. 크루엘라는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달마시안을 데려가 모피로 옷을 만들려고 하는 빌런이죠. 그 크루엘라의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101마리 달마시안 애니메이션의 프리퀄이자 스핀오프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크루엘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모피에 집착하는 동물학대범이 아닙니다.패션 디자인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가 엄마를 잃고서부터 힘든 역경을 딛고 성공한 디자이너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이전의 설정을 새로이 잡아 크루엘라라는 캐릭터에 대한 보여주니, 그간의 애니메이션과 실사판 영화로 보았던 101마리 달마시안 속 크루엘라와는 다른 캐릭터성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볼 때, 영화 <크루엘라>는 이전과는 별개의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요 줄거리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크루엘라의 성장기입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말씀드리자면, 천재성을 가진 한 (은은하게 미쳐있는) 소녀 크루엘라의 런던 적응기라고 표현해볼 수도 있겠네요. 크루엘라의 영어 위키에 따르면 크루엘라는 범죄 코미디라고도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감상입니다. 저는 크루엘라는 보며 에스텔라, 크루엘라라는 두 가지 인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에스텔라는 상냥하고 엄마의 말을 잘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아이로 말투 역시 온화한 면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왜냐하면, 크루엘라의 자아가 나올 때마다 말투가 조금 더 억양이 강해지거든요. 그리고 극 중에서 크루엘라의 사회적으로 학습된 성격을, 크루엘라는 내재된 본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저는 멀티 페르소나를 떠올리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머리색깔도 반반이었을까요?)
부캐와 본캐가 모두 열일하는 요즘, 멀티 페르소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여러 상황 속에서 여러 자아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또 역으로 본인의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살게 된 배경에는 사회생활을 하며 지켜야 하는 수많은 규범과 예의들이 많았기 때문일 거라고 여겨집니다. 특히, 어려운 직장 상사와 하루 종일 같은 회사에 붙어있어야 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주면서 내 처지는 한 번도 토로하지 못한 일상생활까지 생각하면 적당한 사회생활을 위해 상냥함과 친절함은 꼭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었겠죠. 마치 에스텔라처럼요.
그러나 에스텔라는 크루엘라가 사회에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다져줌으로써 진정한 멀티 페르소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마치 오늘날의 우리가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참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 처럼요.
그런데 엄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계기로 하여 에스텔라를 누르고 튀어나온 크루엘라는 광기에 휩싸여있었죠. 그 면모를 화려한 영상미와 펑크락을 함께 보여주니 답답함이 해소되는 모습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크루엘라라는 자아가 나옴으로써 본인의 브랜드가 아닌 바로네스의 디자이너로 일하며, 어딘가 해소되고 있지 않던 에스텔라 인생의 정체기를 돌파하게 됩니다. 패션계에 파란을 일으키는 천재 디자이너이자, 자신이 크루엘라라는 브랜드 그 자체로 나아갑니다. 천재성에 곁들여진 괴팍함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크루엘라 그 자체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이로써 장례식을 치릅니다. 크루엘라가, 에스텔라의 장례식을요.
어쩌면 탈출구가 필요한 요즘 사람들에게 영화 <크루엘라>는 여러 페르소나 중에서도 찐본캐만이 가진 원초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하고 늘 고민하게 된다면, 찐본캐가 원하는 것을 귀 기울여 방향을 설정해볼 때인 것 같습니다. 찐본캐가 어떤 원동력을 심어줄지도 모르니까요.
끝으로 여담이지만, 리그오브레전드의 Get jinxed는 K/DA 뮤직비디오 다음으로 캐릭터 뮤직비디오로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징크스 역시 처음엔 비교적 순진한 소녀였다고 해요. 그러다 필트오버의 악명 높은 악동이 되었다고 하니, 개봉 전부터 '고급진 할리퀸', '패션계의 할리퀸' 등의 추측을 낳은 크루엘라와 접점이 있는 것 같아요 :)
크루엘라의 OST 역시 Get jinxed만큼이나 시원하니, 꼭 챙겨 들어보시길 바라며 크루엘라 후기는 여기까지!